지식의 껍데기를 파는 시장에서 우리 아이들의 영혼을 구합시다: 초등 논술 사교육의 범람이 가져올 지적 빈곤에 대하여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사랑하는 부모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 서서, 우리 아이들의 영혼이 머물러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손에 쥐여주고 있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봅니다. 켄터키의 척박한 땅, 통나무집 안에서 제가 가졌던 것이라곤 성경 한 권과 에이브럼 장군의 전기, 그리고 이솝 우화뿐이었습니다.

저는 그 책들을 수백 번씩 되풀이해 읽으며,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진실을 곱씹었습니다. 종이가 귀해 난로의 불빛 아래에서 나무 판자에 숯으로 글을 쓰며 문장의 무게를 익혔습니다.

그때 제가 배운 것은 글을 쓰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정직한 눈이었고,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마음이었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유의 의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이 역동적인 사회에서 제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저의 마음을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합니다.

이제 갓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초등학생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논술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발산해야 할 그 순수한 나이에, 아이들은 정해진 규격과 틀에 맞춰 글을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논리라는 이름의 수표를 발행하는 법을 배우지만, 정작 그 수표를 뒷받침할 지혜와 경험의 잔고는 텅 비어 있는 셈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의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1천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0퍼센트를 상회하며, 국어와 논술 분야의 비중 역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자녀가 낙오되지 않기를 바라는 그 절박한 사랑이 아이들을 학원으로 등 떠밀고 있음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냉정하게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그 논술이 진정으로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주고 있습니까? 아니면 타인의 생각을 내 것인 양 포장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까?

글쓰기는 고독한 성찰의 산물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대지 위에 씨를 뿌리고 비와 바람을 견디며 열매를 맺는 농사의 과정과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논술 교육은 마치 비닐하우스에서 화학 비료를 주어 억지로 키워낸 채소와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고 규격이 일정하지만, 그 안에는 생명의 향기와 깊은 맛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답변하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스스로 의심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설득하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이것은 지적인 기만이자, 아이들의 인격적 성장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족쇄입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도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의 뇌, 특히 인지 능력과 도덕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유년기에 급격히 발달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형화된 학습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적 경험과 자유로운 놀이, 그리고 깊이 있는 독서입니다.

뇌 과학자들은 전두엽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요되는 과도한 논리적 훈련이 오히려 창의성을 말살하고 정서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뿌리가 충분히 내리지 않은 어린나무에 무거운 열매를 매달아 놓으면, 그 나무는 결국 꺾이고 말 것입니다.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논리를 구사하지만 내면은 타인의 생각으로 점철된 아이들은, 훗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힘을 잃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시민의식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학원에서 정해준 정답만을 글로 옮기는 기계로 성장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진정한 논술은 학원의 책상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부모님과의 대화 속에서, 그리고 이름 모를 작가의 책장 사이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세상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십시오.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다려주십시오.

글을 잘 쓰는 아이가 아니라, 정직한 글을 쓰는 아이로 키워주십시오.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아이보다, 타인의 아픔을 한 문장으로 위로할 줄 아는 아이가 더 위대합니다.

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적인 자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의 손에서 학원 교재를 잠시 내려놓게 하고, 대신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세상을 담게 해주십시오.

껍데기뿐인 지식을 사기 위해 아이들의 귀중한 유년 시절을 저당 잡히지 마십시오.

우리가 오늘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씨앗이 훗날 이 나라를 지탱하는 거대한 참나무가 될 것인지, 아니면 바람에 날리는 겨가 될 것인지는 오로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원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때,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강하고 정의로운 나라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주신 그 고유한 빛을 억지로 가리지 마십시오. 그 빛이 스스로 세상을 밝힐 수 있도록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부모가 되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모든 아이가 자신만의 목소리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저의 짧은 소견을 마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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